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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동 일기

송인서적 부도에 대처하며... 2017년 1월 2일 새해 벽두. 송인서적이 부도가 났습니다. 1월 9일 송인서적 출판사 채권단회의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은(저를 포함해서) 송인서적에서 결재받은 어음을 부도 맞거나 납품 도서의 미지급 잔고를 갖고 있는 출판사 분들입니다. 말하자면 빚쟁이들이죠. 위탁거래 방식과 어음결재 관행 때문에 출판사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도 시점으로부터 4개월 전부터 받은 모든 어음이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아이쿠! 골치아픈 이야기는 이쯤해두겠습니다. 불과 며칠 전 희망찬 새해 인사를 올렸건만, 사실 연초부터 이리저리 쫓아다니느라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많은 출판인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니 어떤 경이로움이 느껴졌습니다. 아울러 서점 매대에서 만나는 수많은 책.. 더보기
응답하라! 마지널리안 응답하라! 마지널리안 정상우 라이팅하우스 대표 독서를 통해 떠오른 생각을 책의 여백에 적어두는 사람들을 우리는 ‘마지널리안(marginalian)’1)이라고 부른다. 루터는 성서를 여백이 많은 종이에 베껴 쓰고 메모를 해가며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다고 한다2). 루터의 『9월성서』가 등장하면서부터 비로소 본격적인 대중 출판의 시대가 열렸다3)고 하니, 어쩌면 루터는 마지널리안의 조상쯤이 될 듯하다. 신약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한 『9월성서』가 보급되기 전, 생활의 모든 원칙은 원전에 접근할 수 있고, 라틴어를 해석할 수 있는 극소수 성직자들에 의해 좌우되었다. 하지만 독일어 성서의 대량 보급으로 ‘정보의 비대칭’이 해소됨으로써, 종교개혁의 도화선에는 이미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렇듯 중세를 마감하고 새로.. 더보기
기획, 그 무수한 어긋남의 반복에 대하여 오늘 필자에게 보내는 제안서를 쓰면서, 기획이란 무수한 어긋남의 반복으로부터 탄생하는 작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들고 싶은 책에 대한 상(像)이 있으면 그걸 실현시켜줄 저자가 없고, 반대로 용기와 의욕은 샘솟는데 정작 뭘 해야 할지 구체적인 상이 없는 상황이 요즘 들어 번갈아 반복되다 보니,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엇갈리기만 하는 남여 주인공들을 보듯 쓸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열렬한 구애에도 답장 없는 메일함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절로 그런 기분이 들 것이다. 하지만 에서 장만옥과 여명이 등려군의 노래에 이끌려 기적적으로 만났듯, 무언가를 조건 없이 좋아하고 몰입하는 능력을 잃지 않는 한, 결국 만나야 할 사람들은 만나고 만들어져야 할 책은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