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3년 10월 18일자 32면]
[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엄마, 그리운 것들이 살아 돌아와요
[중앙일보] 입력 2013.10.18 00:20 / 수정 2013.10.18 00:23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느닷없이 추워진 날씨, 포근한 만화 한 편 권한다. 최근 출간된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라는 작품이다. 일본 나가사키 의 무명 만화가 오카노 유이치(63)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이 만화는 표지 그림부터 동글동글 귀엽다. ‘페코로스’는 탁구공만 한 작은 양파로, 대머리 작가의 별명. 아들의 벗어진 머리를 살살 쓰다듬다 철썩철썩 때리는 일이 치매에 걸린 엄마의 심심풀이 오락이자 유일한 운동이다.

무엇보다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주는 건 나이듦을 응시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다. 주정뱅이 아버지에게 시달리는 엄마를 버려두고 도시로 떠났던 아들은 중년이 되어 손에 쥔 것 없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엄마’라는 한 여자의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 어린 나이에 시집와 “나가사키 하늘의 솔개가 그리는 동그라미 안에서만 살아온” 엄마의 고단했지만 치열했던 삶. 그렇게 엄마를 받아들인 아들에게 치매는 끔찍한 병이 아니라 그리운 것들이 살아 돌아오는 아름다운 통로가 된다.
책 말미에 작가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때로 어머니가 부럽기도 하다(…) 잊어버리는 것은 나쁜 일만은 아니다. 어머니를 보며 그렇게 생각한다”고. 어쩌면 인생에는 어떤 나이가 되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이다. 한 살 더 먹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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