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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동 일기

[신동아 기고]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

[신동아] 2015. 8월호 기고


 세계에서 가장 지독한 생각 수업





등록금 6천만 원, 읽어야 할 참고문헌만 200~300권, 발생생물학, 은하천문학, 식물병리학… 이름만 들어도 뒷목이 뻣뻣해지는 낯선 과목명, 설상가상으로 기존 지식은 가르치지도 않고 곧장 해당 학문의 미해결 과제로 들어가 난상 토론하는 방식의 수업.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 프로그램을 대체 누가, 왜 만들었을까? 


글로벌 CEO 배출 능력 세계 1위이자, 노벨상 수상자만 7명을 배출한 도쿄대학이 그 주인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본 사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을 겪으며, 하나의 학문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응할 분야 융합형 리더 육성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일본 최강의 교수진이 뭉쳐 경영지식뿐만 아니라 인류가 축적해온 지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차세대 리더들을 키워내기로 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도쿄대 리더육성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 장래 자신이 속한 조직의 CEO가 될 가능성 있는 극소수 인재들이 이 수업을 거쳐 갔다. 



<<도쿄대 리더육성 수업>> 시리즈는 이 프로그램 5년의 성과를 단 두 권에 알차게 압축해 놓은 책이다. 수업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미지의 영역은 무엇이며 석학들은 그 세계에 어떻게 도전하고 있는지를 ‘과제설정’과 ‘문제해결’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한다. 그러니까 도쿄대 리더육성 수업은 미지의 영역에 접근하여 새로운 과제를 설정하고 그 해답을 찾는 방법론을 가르친다. 


결론적으로, 평생을 실험실에서 보낸 석학들에게 역설적으로 리더의 길을 물은 도쿄대의 시도는 옳았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해답을 찾아나가는 석학들의 모습에서 리더들은 경영 현장에서 맞닥뜨린 거대한 벽을 넘어설 수 있는 혜안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석학들과의 인터뷰는 그들이 도달한 공부의 깊이와 비례해서 문외한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되었고, 고리타분할 거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리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었다. 자신의 연구 주제에 지독하게 몰입한다는 점 외에도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자신의 개성으로부터 우러나온 과제를 설정했다. 둘째, 현장의 경험에 기반해 해결책을 찾아나갔다. 셋째, 공통의 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넷째, 가설 수립과 수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무서울 정도의 인내력을 보였다.


리더가 과제설정에 실패하면 조직은 방향을 잃고 무능의 늪에 빠진다. 무능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토록 지독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이들이 우리 이웃에 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격차를 뛰어넘을 실력이 우리에게 있나? 어떻게 이 격차를 메울 수 있을까? 어느 때보다 올바른 과제설정이 절실한 시대이다.


정상우 | 라이팅하우스 대표


도쿄대 리더육성 수업 세트
국내도서
저자 : 도쿄대학 리더육성 프로그램 EMP(Executive Management Program) / 정문주역
출판 : 라이팅하우스 201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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